사람들이 좋아하는 유형이 다 거기서 거기지, 싶겠지만 이상형 토크를 하면 생각보다 다양한 이상형이 나온다. ‘다정하고 착하고 멋있는 사람’ 같이 누구나 좋아할 특성을 말하는 사람은 은근히 별로 없다. ‘극단적이고 튀는 부분 없이 둥글둥글 무난한 사람’, ‘잘 하는 악기가 하나 있는 사람’, ‘책 읽는 게 취미인 사람’, ‘안경을 썼지만 시력은 좋은 사람’, ‘예의 바르고 너무 외향적이지는 않은 사람’...
이런 이상형들에 대해 가만히 듣고 있으면 ‘그거 그냥 너 아니야?’ 라는 말이 나올 때가 많다. 무난한 사람이 좋다는 친구는 스파오 앞에 전시된 마네킹 옷을 그대로 걸친 듯 무난하게 입고, 성격도 튀지 않게 둥글둥글 무난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지적받은 자신의 튀는 특성을 고쳐 조화롭게 어우러지기를 추구하는 친구였다. 잘 하는 악기가 하나 있는 사람은 어릴 때부터 취미 이상으로 사랑하는 악기가 있는 친구였고, 책 읽는 취미인 사람 역시 취미가 독서였다.
기억에 남는 특이한 이상형도 있다. ‘아이폰에 기본 배경화면, 카카오톡 기본 프로필 사진인 사람.’ ‘신천지가 말 자주 거는 사람.’, ‘횡단보도 건널 때 절대 선 밖으로 벗어나게 건너지 않는 사람’...
이런 이상형들은 이유를 자세히 캐물어보면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아이폰 기본 배경화면이 이상형이라는 것은 자질구레하고 보여지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 깔끔한 성격이 이상형이라는 것이고, 횡단보도 건널 때 선 안에서 건너는 사람이 이상형이라는 것은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자신이 정해둔 질서가 명확하고 그것을 책임감 있게 지키는 사람이 이상형이라는 것이다.
이상형은 결국 자신이 가진 면 중에 긍정하는 면, 자신이 추구하는 면을 가진 사람에 가깝다. 마음에 드는 내 모습을 가지면서 마음에 안 드는 약점은 보완된 사람, 다름에 끌리는 것도 결국 닮음 속의 다름에 끌리는 거라는 말이 있다. 다르기만 한 사람이 아니라, 내가 지향하는 면을 갖고 있으면서 나와 다른 매력을 부가적으로 갖춘 사람에게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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