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고개를 들어보아요
안녕하세요.
👩🚀안착한여성들👩🚀입니다.
우리는 "이하녕, 모리, 유안수, 일리구, 달여섯, 체이"입니다.
이윽고 스무 번째,
마지막 이야기가 도착했습니다.
이번 이야기의 주제는
평생 질리지 않을 파랑, "하늘"입니다.
(실제로는 파랑 외에도 다양한 빛깔이 있지만 제가 파랑을 좋아해서니 이해해주셔요😘)
-하늘은 어째서 질리지 않을까요?
규모가 너무 크고 압도적이어서? 아름다워서? 항상 변해서? 의외로 우리가 평소에 고개 들어 볼 일이 별로 없어서?
인류는 하늘로부터 수많은 상상과 이야기를 피워왔습니다.
하늘이라는 세계에 대한 궁극적인 호기심은 우주를 불러왔고, 광활함에 복합적인 심정은 신을 불러왔고, 깜깜하고 기다란 밤에는 별들을 이어 이야기를 붙여주었습니다.
어쩌면 인류가 온 시대를 쏟아도 다 알지 못할 억겁의 진실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닐지도 몰라요.
우리의 삶을 피워내는 것은 작은 이야기들, '하늘'이라는 단어 하나에도 신나게 수다를 떠는 우주의 찰나 - 그 찬란한 섬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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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여섯 작가들이 보내는 마지막 빛이
님께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오늘의 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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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어떠신가요? 저는 마지막으로 여러분을 찾아뵙기에 더할 나위 없는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에서 가장 큰 그릇을 하나만 꼽으라면 전 망설임 없이 하늘이라 답할 것 같아서요. 해, 달, 구름, 별, 철새, 비행기... 대상이 무엇이든 여유롭게 담아낼 수 있는 하늘의 무한성은 이 세상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아름다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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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을 줄 아는 존재로서의 하늘을 떠올리는 건 퍽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어디 자연스러울 뿐일까요. 생각해보면 아주 오래전부터 ‘품’은 우리에게 변함없이 따스한 단어였던 것 같습니다. 가령 광활한 자연으로부터 포용의 이미지를 연상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것처럼요. 당당히 어리광 부릴 수 있는 나이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고 싶어지는 건 그래서인가 봅니다. 저 정도 너른 품이라면 애써 삼키는 한숨이나 원인 모를 답답함도 별일 아니라는 듯이 받아줄 것만 같아 공중에 뱉어 버린 적이 많습니다.
한편 일상 속 불현듯 느껴지는 헛헛함에 뭐라도 주워 담아 그 자리를 메꾸고 싶을 때, 또다시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그럴 때마다 가장 먼저 눈이 마주치는 건 언제나 달이었습니다. 이따금 하늘은 욕심쟁이라며, 품은 게 많으니 가진 것도 많지 않냐며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릴 때도 있습니다. 달 하나쯤은 내게 주지. 진득하게 달라붙은 판박이 스티커를 떼어내듯 눈으로 달을 열심히 긁어 담습니다. 정말로 주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달을 따라가느라 숨이 차는 것만이 제가 할 수 있는 전부라는 사실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저는 달을 참 좋아합니다. 하늘에서 셈할 수 있는 것 중에서는 달을 가장 좋아해요. 달이 제 고백을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비통할 지경입니다. 달에 대한 애착이 특별한 계기나 사건으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달을 좋아하는 이유라면 지구에서 보이는 달의 바다만큼이나 뚜렷합니다.
제가 달을 좋아하는 이유는, 변하기 때문입니다. 매일 밤 눈에 띄게 달라지는 위상이 심심한 위로가 되어 주기 때문입니다. 분명 하루하루 쌓이지만 잘 보이지 않는 나의 노력들도 변하는 위상에 투영해보면 그리 정적인 것만은 아닌 듯해 안심이 됩니다. 특히 겨울엔 밤낮 할 것 없이 달이 선명하여 구경할 맛이 납니다. 저는 낮달을 즐기고 싶을 때면 어김없이 학교 운동장을 빙글빙글 도는데요. 달구경이 목적이라면 직선으로 뻗은 길 보다는 제자리로 돌아오는 순환 길을 추천합니다. 바쁜 일상으로 인해 오늘과 내일의 경계가 지워져 갈 때면 부러 해가 지기 전부터 걷기 시작합니다. 한 바퀴 돌아 제자리에 올 때마다 확연히 높아지는 낮달의 모습은 볼 때마다 놀랍습니다. 포물선 궤도를 그리며 건물 뒤편으로 넘어가는 달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 짓는 경험은 저만의 것이 아닐 겁니다.
제가 달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운동장 한 바퀴가 끝나기 전에는 반드시 찾을 수 있으니까요. 오늘도, 내일도, 다음 주에도, 내년 봄에도 어김없이 등장할 테니까요. 지금 제가 쥐고 있는 것들과는 달리 잃어버릴 걱정이 없어 마음이 아주 편합니다. 한결같은 면모가 그 정도는 되어야 하늘이 품어주나 싶습니다. 여하튼 이번에도 꾸준하지 않은 건 제 쪽인가 봅니다. 이번 겨울에는 그렇게 좋아한다던 달을 눈에 담은 적이 거의 없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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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C자 거북목입니다. 지금 어깨 통증이 문제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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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달이 좋아도 그렇지, 목뼈까지 초승달 모양이 되어 버리다니 기가 찹니다.
어깨 통증은 이번 겨울 연구실 인턴을 하다 생겼는데요. 평소처럼 시간이 지나면 자연 쾌유 되리란 생각에 한 달 넘게 못 본 체하다 끝내 방문한 병원에서 거북목 진단을 받았습니다. 거북목이 심할수록 통증이 목에서부터 어깨를 거쳐 팔 쪽으로 내려간다고 하네요. 뭐, 거북목 정도야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고충 아닌가? 라며 전처럼 가벼이 넘기기에는 제 통증이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대학 생활의 낭만을 즐기기보다는 졸업 이후를 바삐 대비해야 하는 대학생 4학년이 되었는데, 보란 듯이 건강 문제가 잇따라 터진 게 최근입니다. 덕분에 ‘갓생’을 살겠다던 저의 이번 학기 계획은 모두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습니다. 힘차게 출발해야 하는 개강 주부터 멘탈이 너덜너덜해져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릅니다. 물리치료를 받고 병원을 나서는 길이 서러워 울고, 거북목 베개가 불편해 잠을 못 이루는 상황이 짜증나 울고, 쉬운 운동부터 해나가겠다며 조금 걸었을 뿐인데 곧바로 발목이 삐어버린 것이 속상해 울고, 자취방에서 홀로 테이핑을 하다 문득 아무에게도 챙김 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외로워 또 울었습니다.
작년부터 끊임없이 스스로를 달래며 지켜 온 정신 건강은 몸이 망가지니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더군요. 답답하고 막막하고 두렵고 성질나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부정어는 저를 위한 수식어인 마냥 우울을 곱씹으며 침대에 누워 있던 저녁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심심했는지 다소 별난 혼잣말도 하게 되더군요. - 외계인 씨, 혹시 제 얘기가 들리나요? 이 지구란 곳은 참으로 살기 힘든 곳이니 오지 마세요. 이곳은 불안도, 슬픔도, 아픔도 모두 중력 방향으로 작용한답니다. 저는 지금 쏟아지는 중력에 잠이 안 와요. 지구에서는 나를 찌그러뜨리는 이 힘에 맞서야 하는데, 할 수 있겠어요?
여전히 심심함이 가시지 않아 바깥 구경이라도 할까 싶어 커튼을 열어젖혔습니다. 방충망에 달 하나가 걸려 있었습니다. 그제야 최근 몇 달을 인턴이니 개강이니 정신없이 사느라 달 한 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마침 목디스크 치료에는 걷기가 최고라고 하니, 오랜만에 달도 볼 겸 밤 산책을 나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창문 너머로 달을 바라보는 것과 달을 보러 집 밖을 나서는 것은 큰 차이지 싶어요. 무언가를 그저 좋아하는 것과 그 좋아함을 소중히 여기는 건 조금은 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덧붙여 소중함은 또 다른 소중함을 떠올리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어여쁜 걸 왜 잊고 있었을까, 라며 달을 따라 걷다 보니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는 제 자세도 소중하게 느껴졌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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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평소에 얼마나 자주 하늘을 보시나요? 저는 조금만 바빠져도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게 되더라고요. 만일 제가 달을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그마저도 바라볼 일이 없었겠죠. 생각해보면 우리는 당최 고개를 들 일이 없습니다. 이 사회에서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잘하면 겸손의 의미로 고개를 숙이고, 못하면 반성하느라 또 고개를 숙이는 곳이니까요. 공부든 과제든 업무든 무언가를 해내려면 마찬가지로 고개 숙인 자세는 필수입니다. 이러한 세상에서 하늘 한번 바라볼 시간을 내는 건 사치스러울 수밖에요.
요즘 저는 누구보다도 자주 하늘을 올려다보며 살고 있습니다. 목디스크 치료에 가장 좋은 자세는 머리를 뒤로 젖히는 자세라고 하더라고요. 공부하다가도 틈틈이 하늘을 바라봐 주고, 스트레칭을 할 때도 있는 힘껏 목을 젖힙니다. ‘이 자세는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자세구나’, 영양제를 삼키려 고개를 들다 문득 든 생각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하늘을 더 소중하게 여기기로 다짐하였습니다. 고개를 드는 행위가 지금보다 더욱 일상 속 모습으로 자리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우리는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어요, 라는 낭만적인 문장에 한 단어만 더 추가해보려 합니다. 우리, 같은 하늘을 ‘자주’ 바라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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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야기 ✨
체이 작가의 '하늘' 이야기
마지막에 대한 이야기는,
마지막으로 발송될 2023년 3월 31일 금요일 오전 9시의 메일에서 하겠습니다.
그날까지 함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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