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고개를 들어보아요
안녕하세요.
👩🚀안착한여성들👩🚀입니다.
우리는 "이하녕, 모리, 유안수, 일리구, 달여섯, 체이"입니다.
이윽고 스무 번째,
마지막 이야기가 도착했습니다.
이번 이야기의 주제는
평생 질리지 않을 파랑, "하늘"입니다.
(실제로는 파랑 외에도 다양한 빛깔이 있지만 제가 파랑을 좋아해서니 이해해주셔요😘)
-하늘은 어째서 질리지 않을까요?
규모가 너무 크고 압도적이어서? 아름다워서? 항상 변해서? 의외로 우리가 평소에 고개 들어 볼 일이 별로 없어서?
인류는 하늘로부터 수많은 상상과 이야기를 피워왔습니다.
하늘이라는 세계에 대한 궁극적인 호기심은 우주를 불러왔고, 광활함에 복합적인 심정은 신을 불러왔고, 깜깜하고 기다란 밤에는 별들을 이어 이야기를 붙여주었습니다.
어쩌면 인류가 온 시대를 쏟아도 다 알지 못할 억겁의 진실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닐지도 몰라요.
우리의 삶을 피워내는 것은 작은 이야기들, '하늘'이라는 단어 하나에도 신나게 수다를 떠는 우주의 찰나 - 그 찬란한 섬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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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여섯 작가들이 보내는 마지막 빛이
님께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오늘의 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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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에 대한 묘사가 있는 글입니다.
어느 날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목소리 톤이 상당히 높았다. 나는 익숙하게 이 자식 또 술 마셨냐고 타박했지만 내심 술주정을 들어주는 게 재미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와 한 시간 정도 통화를 했다. 소설을 쓰는 친구였는데, 나는 술 마신 김에 소설 이야기나 해 보라고 했다. 평소 같으면 부끄럽다며 나한테 이야기하지 않았을 친구였는데 그날따라 자신의 작품 이야기를 하는 데에 관대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라는 이야기에 나는 말문이 턱 막혔다. 항상 창작물 이야기를 해 보라고 말만 했지 내가 그 창작물에 대해 궁금한 게 뭔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나는 말을 얼버무렸다. 그리고 화제를 돌렸다. 다행히 이야기는 순조롭게 이어졌다. 소주를 서너 병은 마신 모양이었다. 친구는 기분 좋은 채로 내게 술주정을 부렸다. 나는 한 시간 동안 이불 속에 누워서 그 친구의 술주정을 들어 주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친구는 SNS에 유서를 쓰고 하늘로 먼 여행을 떠났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부 기억나는데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자고 일어나니 실시간으로 유서가 올라오고 있었다. 근처에 사는 다른 친구가 경찰에 신고를 했다. 나와 내 친구들은 그의 사진과 생일, 집 주소를 찾아다니며 어떻게든 그 친구가 살고 있는 곳을 알아내려고 했다. 그렇게 해서 그가 자살을 시도하기 전에 그를 찾아내려고 했다. 간절한 바람이 무색하게 그는 죽었다. 전날까지 높은 텐션을 유지하며 나와 통화하던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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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죽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몇 년 전에도 그는 SNS에 죽겠다고 말한 채 휴대전화를 꺼 놓은 적이 있었다. 몇몇 친구들은 하던 일을 내팽개치고 그를 찾으려고 했다. 그건 나를 괴롭게 만들기 충분했다. 주변 사람이 자살에 대한 의사를 내비쳤다는 것에 대해 마음이 아팠다기보다는 그의 감정에 마음이 동화되는 게 더 괴로웠다. 나 또한 정신과 약을 먹고 있는 상태였기에 그의 자살 사고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의 상태가 괜찮을 때 이야기했다. 그런 네 행동이 나를 괴롭게 했다고.
그래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친구는 나나 다른 친구들에게 자신의 고통을 표현하지 않았다. 나는 그의 정신 상태가 괜찮아진 줄로만 알았다. 그렇게 믿었는데 청천벽력 같은 일이 찾아왔다. 그의 죽음을 알게 된 다음 날 나는 멍하니 홍대 거리를 떠돌다가 사람들을 만났다. 혼자서 집에 있으면 더 큰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아서였다. 그 다음 날에는 학교도 가지 않고 장례식이 있던 남쪽 지방까지 내려갔다. 각지에 사는 그의 친구들과 부산역에서 모여 택시를 타고 장례식장에 갔다. 우리를 본 상주께서 말씀하셨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각지에서 그 애를 위해 와 주었다고…… 분명 친구도 하늘에서 우리를 보고 있을 거라고.
그 말에 눈물이 나는 걸 억지로 참았다. 나는 영혼의 존재를 맹신하지 않는다. 어쩌면 귀신과 같은 이상 현상이 존재할 수도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우리가 우리의 몸에서 사고하고 감각하는 건 그저 세포와 신경 같은 것들이 일으키는 반응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친구가 자살을 시도하고 숨이 멎은 그 순간 내게 있어서 친구의 정신은 이미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친구를 화장하고 그 재를 허공에 뿌렸을 때, 그 애는 이미 세상에서 없어져 개념으로만 남은 존재가 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집으로 돌아와서도 한동안 그의 생각을 했다. 그는 내가 가장 많이 통화하던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술을 마시고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종종 담배를 피우던 술집 앞에 발을 내디뎠을 때, 자주 통화를 했던 할머니 댁 옥상에 올라갔을 때……. 간헐적으로 그의 생각이 났다. 그의 이름 석 자가 내 휴대전화 ‘자주 사용하는 연락처’에 남아 있었다. 아직도 그 번호로 전화를 걸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가 전화를 받을 것 같았다. 그가 없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믿으려고 시도하는 것 자체가 괴로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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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생각했다. 사람이 죽으면 하늘나라에 간다거나 저승에 간다거나 하는 건 괜히 하는 소리가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세상에 존재하던 누군가가 하루아침에 사라진다는 건 주변 사람 입장에서는 힘든 일이다. 영영 사라졌다고 믿으면 한꺼번에 많은 고통이 마음으로 몰려와서 감당할 수 없게 된다. 대신 하늘나라로 먼 여행을 떠났다고 믿으면 내가 모르는 어디에선가 그가 살아있을 것만 같아 마음에 위안이 된다. 사후세계는 살아있는 사람을 위한 세계라는 이야기가 있던가.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알 것만 같았다.
그가 죽고 난 뒤, 나는 그의 창작물에 관심을 더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했다. 그리고 숨기던 것을 그렇게 흔쾌히 알려준다는 것이 자살 신호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 것에 대해서 자책했던 것도 같다. 물론 그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는 다르게 마음은 자꾸 자책하는 쪽으로 기울어만 갔다. 그런데 친구가 하늘나라로 먼 여행을 떠났다고 믿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 애가 이 세상에 없는 게 아니라면, 어떻게든 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분명 내 마음을 알아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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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님, 안착한여성들입니다.
오늘은 다른 날과 달리 인사를 조금 길게 하려고 합니다.
안착한여성들은 오늘 발송되는 메일을 마지막으로 메일링을 종료하게 됩니다.
안착한여성들의 노션페이지, 스티비 페이지, 인스타그램은
모두 그대로 보존되니 다시 글이 읽고 싶으신 분들께서는 언제든지 찾아주셔도 됩니다.
또한 피드백/답장 구글폼도 그대로 남겨두니 안착한여성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으신 분들께서는 이후에도 언제든 남겨주셔도 감사하겠습니다.
그동안 안착한여성들을 구독해주시고
매일 아침 9시 글을 읽어주신 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덕분에 마지막까지 글을 써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메일링은 끝나도 안착한여성들은 어디선가 각자의 글을 쓰고 있을 거예요.
이 인연이 끊어지지 않고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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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하녕입니다. 안착한여성들을 시작하면서 적은 작가 소개엔 ‘에세이를 쓸 줄 모르는 에세이스트’라고 써있네요. 그걸 적을 당시엔 안착한여성들이 끝날 때쯤엔 에세이를 조금은 쓸 줄 아는 사람이 될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어쩜 9개월이 지난 지금도 전 아직 에세이를 쓰는 법을 모르는 것 같아요.
하지만 처음 결심했던 것 중 이뤄낸 것이 하나 있습니다. 안착한여성들을 통해 솔직해지는 법을 배웠습니다. 숨기고 싶은 말, 혹은 숨겨야 했던 말들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이제 저는 그 솔직했던 기억과 흔적이 몸에 남아 어디에서든 당당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저의 용기가 된 것처럼 저도 여러분에게 '어떤 것'이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누군가 한 명쯤은 저희의 글이 도착하는 아침 9시를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기쁘게, 뿌듯하게, 가끔은 힘겹게나마 글을 마감하고 발송을 준비했습니다. 부족한 글이었지만 정말 단 한 문장이라도 누군가의 마음에 닿은 적 있다면 그걸로 만족할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해주신 여러분이 많이많이 소중했어요. 앞으로도 쭉 소중할 것 같아요. 여러분은 제 첫 독자니까요.
그동안 글을 통해 만나면서 하루하루 즐거웠고 감사했습니다. 어딘가에서 우리 안착한 여성으로 살다가 꼭 다시 만나요.
ps. 꽃이 만개한 봄입니다. 이런 순간은 꼭 놓치지 말고 실컷 행복하세요🤍 |
안녕하세요, 안수입니다. 제 마지막 글 ‘글을 쓰기 위하여’에서 인용한 책 <가벼운 마음>에 나오는 문장이 있습니다.
“우리는 죽은 자들이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다. 그러나 살아 있는 자들은 어떤가? 그들의 부재는 죽은 자들의 부재보다 더 불가사의하다.”
가장 사랑하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와 7년을 알았고 사이도 무척 좋았는데 마음에 병이 들어 연락을 전혀 받지 않습니다. 분명 살아있기는 할 텐데 그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세상엔 부재의 슬픔이 많습니다. 여러분도 언젠가 한 번쯤은 우리의 부재를 느끼실까요? 일주일에 3번 글을 보내주던 그 여자들은 잘 살아있을까. 유안수라는 작가도 있었는데. 여러분께 그간 고맙다는 생각이 가장 크면서도, 우리 헤어짐에 대한 슬픔이 나의 일상을 떠돕니다. 욕심이긴 하지만 우리의 부재가 당신에게도 슬픔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다지도 철이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 욕심에 솔직하고 싶습니다. 인스타, 브런치에서라도 근근히 끈을 이어나가고 싶어요. 부디 부재로만 우리를 남겨두지 않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생각나는 이름들이 있습니다. 1, 2기에 함께 했던 작가분들. 때때로 그립습니다. 살아있는 자들의 부재는 막막하고, 먹먹해져요. 언젠가 꼭 당신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가 그리워하는 모두가 맑은 날 햇빛처럼 쏟아져와주기를. 나는 해바라기처럼 바로 알아볼 겁니다. 그럼 이만, 안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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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구입니다. 어찌저찌 글을 쓰기만 했는데 여기까지 왔네요. 항상 마감 일정도 잊어버리고 쫓기듯 마감하며 살아왔는데 그러다 보니 벌써 여러 편의 에세이가 쌓였습니다. 그만한 분량의 글을 보니 뿌듯하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저는 글 쓰는 레즈비언 같은 느낌으로 소개되어 있는데, 그 사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 바이엄브렐라로 재정체화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났고 제가 한 경험도 늘어난 거겠지요. 그 시간동안 이곳에서 에세이를 많이 쓴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족한 글이었는데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_^ |
안녕하세요, 체이입니다. 3개월간 제가 쓴 글은 어땠는지, 그 글을 통해 그려진 저의 이미지는 어땠을지, 많은 것이 궁금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점이 많이 아쉽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누군가 저의 글을 봐 주는 것 자체로도 그저 감사한 날들이었습니다.
이름은 안착한여성들이지만 알고 보면 속이 깊고 다정한 다섯 명의 여성들을 만나 행복한 추억을 쌓았습니다. 언제가 됐든, 그 어디서든, 저희는 앞으로도 저희의 이야기를 써내려 갈 것입니다. 훗날 우연히 읽은 글에서 저의 문체가 느껴진다면 기꺼이 반가워해 주세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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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모리입니다. 안착한여성들에서 글을 쓴 지 어느덧 9개월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글을 마감하고 그동안 썼던 글들을 돌아보니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글을 쓸 수 있었던 시간, 좋든 싫든 저의 글감이 되어준 과거, 안착한여성들의 작가들, 그리고 추동의 근원인 독자님들에게 모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구독자님들 덕분에 누군가에게 닿을 거라는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있어 참 행복했습니다. 멈추지 않고 무언가를 쓸 수 있는 마음을 안착한여성들에서 얻을 수 있어 소중했습니다. 안착한여성들이라는 이름 아래, 메일로 전달되던 에세이는 여기서 멈추겠지요. 그러나 저희도, 에세이를 받던 분들도 변함없이 자신의 삶 속에서 꾸준히 글을 쓰고 읽으며 새로운 계절을 계속해서 맞이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브런치에 있는 안착한여성들 페이지(https://brunch.co.kr/@notgoodwomen) 에 이따금 일상에서 빠져나오는 언어들이 적히길 바라요. 멀리 이사 간 친구에게 안부를 전하는 마음으로 종종 방문해 주세요. 그동안 글을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안녕하세요, 달여섯입니다. 여러분과 같은 한 명의 구독자였던 제가 어느덧 작가로서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있다니 기분이 참 이상합니다. 저에게 안착한여성들의 존재란 말하자면 파도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밀려 들어오고 또 멀어져 가겠지만, 파도가 늘 바다의 일부분인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듯 여러분이 항상 그 자리를 지켜주신 덕에 저희의 글은 비로소 글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벅찬 일임을 깨닫고 갑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안착한여성들을 구독해주신 여러분이라면 분명 활자에 담긴 정성을 고스란히 사랑하는 분이시겠죠. 그런 여러분께 저희의 글이 바쁜 일상 속 잠시나마 머금어보는 낭만이 되었기를 소망합니다. 서투른 제 이야기를 애정해주신 독자님들, 그리고 매주 소중한 일상의 파편을 공유해주신 작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삶에 행복이 충만하길 바라겠습니다. :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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