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이 야무지지 못하다는 말은 집에서부터 숱하게 들었지만 그저 나를 어리게만 보는 가족들의 편견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확실히 남들보다 서툴다는 걸 느낀 건 수능이 끝나고 일식집에서 첫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다. 가자마자 앞치마부터 대뜸 쥐어주고 어떤 설명도 없이 일이 시작됐다. 주문은 어떻게 받아야 할지 모르겠어서 속으로 여러 대사를 떠올리기도 했다. 주문받는 게 먼저일지, 늦게 나온 음식 서빙이 먼저일지, 계산을 기다리는 손님이 먼저일지 머리가 핑핑 돌았다. 그 와중에 손에 기름이라도 발랐는지 그릇을 몇 개나 깼는지도 모르겠다. 나와 같은 날 들어온 언니는 주문도 능숙하게 받고 원래부터 일했던 사람처럼 일의 순서도 잘 파악했다. 내가 허둥지둥하고 있으면 도와줄 만큼의 여유도 보였다. 놀랐던 건 그 언니 또한 그동안 학원 알바만 하느라 서빙 알바는 여기가 처음이라는 것이었다. 언니는 여기서 일을 제대로 안 알려줘서 그렇다며 나를 위로했지만 나는 그때 확실히 알았다. 내가 초짜치고도 많이 엉성하구나.

  그때부터인지 내게 시작은 엉성함이다. 설렘, 두려움, 망설임의 시작이 있다면 엉성함의 시작도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내 시작은 늘 엉성했으니.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고 하지만 내 첫 단추는 항상 헐렁하게 끼워졌다.

  처음 해보는 일도 능숙하게 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들 처음에 헤매지 않겠느냐만 그래도 남들보다 빨리 적응하는 사람들은 분명 있다. 꼼꼼한, 신중한, 빈틈없는, 완벽한, 이런 수식어들이 잘 어울리는 사람들이다. 나와는 정확히 반대다. 저런 류의 단어를 들어본 기억이 손에 꼽는다. 생각해보면 살면서 한 번도 완벽했던 적이 없던 것 같다. 내가 완벽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면 이런 거였다. “이 분위기 너무 완벽해!”, 혹은 “지금 내 기분 완벽해!”

  나의 엉성함을 인지하기 전에는 잘하는 것과 잘하고 싶은 것이 일치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내 미숙한 모습을 아무에게도 들키기 싫었다. 처음부터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고 싶고 완벽한 사람이고 싶었다. 하지만 내 몸이 그 바람을 따라주지 않았다. 첫 알바의 쓰라린 추억이 말해주듯 혼자 설거지에만 집중할 수 있게 완벽한 환경을 제공해도 접시를 깨먹는 손을 가졌다. 완벽하고 싶다는 욕심이 점차 사라지고, 오래지 않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게 완벽한 완벽이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대신 다른 생존 원칙이 자리 잡아가기 시작했다. 양으로 때우기 전법. 경험치로 때우는 것뿐이었다. 못하면 많이 하면 된다. 남들은 한 번에 성공하는 일을 세 번은 해야 성공할 수 있다면, 미리 두 번은 연습해오는 것이 조금 엉성한 사람의 생존법이었다.

  어느 순간 나는 모든 일을 세 번째의 성공을 위한 두 번의 연습 정도로 생각하게 되었다. 남들과 같은 시작이지만 나는 본 게임이 아니라 연습게임을 시작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