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가 힘든 사람들~ 당장 컴온🙌
열한 번째 이야기가 도착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안착한여성들입니다.
이번에 들려드릴 이야기의 주제는 🚪정리🔎입니다.
살아가는 동안에는, 반드시 정리를 해야하는 순간이 옵니다.
-때로는 정해진 수순처럼, 혹은 섬광처럼 갑작스럽게요.
일상에는 무언가를 정리하는 크고 작은 순간들이 있습니다.
단순한 물건부터 음식, 방구석의 잡동사니들 어쩌면 인간관계일 수도 있겠네요.
소통을 위해 생각과 말 그리고 글을 정리하기도 합니다.
가끔은 언어보다도 추상적인, 어떤 마음을 정리해야할 때도 있습니다.
님은 지금 정리해야하는 게 있으신가요?
과연 정리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또 정리하지 않는 '방치'는 꼭 나쁘기만 한 걸까요?
이번 2주간, 정리에 대한 안착한여성들의 독특한 생각을 들어보면,
님의 '정리'에 대한 생각도 조금 '정리'가 되실 겁니다.
이번 주도, 아주 친한 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듯
부디 이 여자들의 깊은 속마음들에 풍덩 빠져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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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고 싶죠, 시끄럽죠, 다 성가시죠? 집에 가고 싶죠?
(집에 있는데도) 집에 가고 싶을 거야
그럴 땐 이 노래를 초콜릿처럼 꺼내 먹어요
자이언티 – 꺼내먹어요
예전, 한창 힘들 때 들었던 <꺼내먹어요>. 가사는 냉장고에서 간단한 거라도 꺼내서 끼니 잘 챙겨 먹으라는 내용이다. 지금보다 어려선 그 노래를 들으며 나를 채우기 위해 뭘 먹었다면, 지금은 정리한다. 냉장고, 그 속을.
냉장고의 끄트머리에 남은 꿀단지와 잼통, 언제 샀는지 모르는 청국장 세트와 유통기한이 지난 두부. 사놓고 잊어먹어서 말라비틀어진 과일과 꼭 먹어야지 했지만, 절대 먹지 않아 썩기 일보 직전인 가지까지 모두 꺼낸다. 비엔나나 냉면처럼 레토르트 음식들도 유통기한이 지나있다면, 이럴 때는 정신이 더 복잡해지기 전에 냉장고 속을 몽땅 들어내고 본다. 그리고 텅텅 빈 냉장고를, 그 빈 곳을 채우고 있는 얼룩들과 먼지들을 닦기 시작한다.
정리 안 된 냉장고는 꼭 혼란스러운 내 머릿속과 비슷해서 우울이 몰려오거나, 도무지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모를 상황과 마주쳤을 때 정리하기 좋다. 기한이 지나 쓸모없는 것들을 정리하고 봉투에 넣어 묶으면 거짓말처럼 나를 괴롭히던 잡생각도 사라지기 시작한다. 이토록 정신건강과 생활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되는 팁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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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알콜스왑부터 챙기자
코로나를 기점으로 불티나게 팔려나간 제품. 특히 나는 틈만 나면 알콜스왑으로 휴대폰, 에어팟, 정수기, 인덕션, 기타 등등 더럽거나 때가 꼈다고 느끼는 곳에 문대고 본다. 한 박스에 백 개씩 묶어 파는 것이 특징이며, 간혹 타임 딜로 세 박스에 팔천 원 선으로 올라온다. 이걸 많이 갖고 있으면 청결해지는 데 가까워진다. 특히 냉장고 청소를 할 때 도움이 많이 된다.
정리되지 않은 냉장고를 떠올려보자. 가시적으로 보이는 곳 말고 진짜 문제는 깊숙한 데 있다. 예를 들면 잼, 청, 장 같은 것. 이런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냉장고 안에서도 썩어가는데 꼭 바닥에 흔적을 남긴다. 그래서 끈적하고 딱딱해진다. 이럴 때 알콜스왑이 있으면 좋다. 크기가 좀 작아서 불편하긴 해도 물티슈로도 곧잘 안 지워지던 애들이 몇 번 벅벅 문대면 말끔하게 떨어져 나간다. 또 가정집 냉동실이라면 무조건 있을 생선을 정리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데, 생선이 남아 있는 자리에 비린내가 남았다면 알콜스왑으로 문대는 것이 좋다. 제품력도 가지각색이라 학창 시절 보건실에서 맡았던 찌-인한 알콜향이 나는 제품을 쓰는 것을 추천한다. 확실히 비린내가 덜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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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꺼내자
정리를 하기 위해선 일단 꺼내야 한다. 안에 담아둔 채로 정리하는 건 절대 제대로 된 정리가 아니다. 우선 눈앞에 보이는 것만 대강 배열을 다르게 할 가능성이 높고, 뒤에 뭐가 숨겨져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고무장갑을 끼고 다 들어내는 것이 좋다. 특히 마의 공간인 냉동실을 청소하기 위해선 더더욱 철저히 준비하고 모두 비운 후에 시작하시라. 얼어있는 것은 꽤 날카로워서 찔리거나 긁히기 쉬운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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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버리자
다 비우고 알콜스왑으로 닦아냈다면, 못 먹는 건 망설일 필요 없이 모두 버린다. 특히 하루, 이틀 지나서 애매한 것들도 버려야 한다. 아까워도. 어차피 안 먹을 확률이 99.9999999 퍼센트이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걸 봤기 때문에 찜찜하고, 정리할 때는 당장 안 먹을뿐더러, 이후에 시간이 더 지나면 유통기한 지나 있는 걸 알았는데 더 지나 있으니 먹기 두려워진다.
어차피 먹을 거였으면 진작 먹었을 테고, 안 먹었으니 하루하루 버리는 것에 가까워진 것뿐이다. 아깝다고 먹다간 정신적 신체적 고통이 더 크게 따를 수 있으니 유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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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그대로 혼란한 머릿속에 대입해보자. 깊숙한 데 넣어두고 외면했던 슬프고 불쾌한 기억들. 지금 녹고 썩어서 끈적끈적하고 딱딱하게 흔적을 남기고 있다면 얼른 치워버리자. 머리에 알콜스왑을 넣을 수는 없으니 이때는 부러 재미있는 경험을 찾아서 해야 한다. 사람 만나기 싫어도 만나야 할 타이밍이다.
의도적으로 기억을 지우려 말고, 꺼내서 실체를 보는 것도 중요하다. 어떤 심리학자가 말하길, 외면하지 말고 직면한 뒤에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나쁜 기억을 심어준 가해자가 있다면 그 사람을 이해하라는 뜻이 절대 아니다. (그런 사람들은 이해해주지 말고 욕이나 해주자) 그 사람 때문에 힘들었던, 혹은 힘들어하고 있는 나를 그대로 이해하잔 소리다. 얼른 괜찮아지고 싶어서 두루뭉술하게 기억들을 넘겨짚으면 거기에 꼭 피해자였던 나를 돌아볼 기회도 없게 되니, 적어도 나를 이해해줄 수 있도록 꺼내자는 말.
그리고 버리자. 끈적끈적한 것, 딱딱한 것, 가해자와 그로 인해 상처받은 나까지. 가해자가 꼭 사람일 필요도 없다. 되는 게 하나도 없는 똥 같은 상황도 포함 가능이다. 정리할 것들을 눈앞에 다 꺼내는 그림을 그려본 뒤에, 저 멀리 있는 쓰레기봉투에다 버리는 상상을 하자. 추억 때문에, 뭐 때문에, 가지각색 이유를 붙여가면서 남겨둘 필요 없다. 나를 구하는 데 더 늦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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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정리는 이런 상상을 꼭 현실에서 하는 착각을 하게 해준다. 최근, 연이 끊긴 사람이 다시 내 인생에 등장하는 순간을 경험했다. 이직을 제안하는 좋은 기회가 있어 응했는데, 제안자와 그 사람이 서로 아는 사이였던 것. 면접 자리는 금방 껄끄러워졌다. 분위기는 참담했고 면접자와 나는 사회성으로 만들어진 거짓 웃음만 지으며 헤어졌다. 정말 좋은 기회였지만 회사야 안 옮기면 그만이지 싶다가도, 왜 꼭, 이런 타이밍에 그 사람이 다시 등장하는지 화가나서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 가만히 있는데 기억을 주입받은 기분이랄까. 이미 묻어뒀던 과거 회상이 몰려왔다. 그때 내가 그렇게 하면 안됐었나? 하는 의미없는 후회는 덤으로.
그날, 집에 돌아와 냉장고 정리를 시작했다. 냉장고 깊숙한 곳에 박혀있던 묵은 청국장 세트처럼 나쁜 기억들이 머리를 헤집고 다녔기 때문이다. 머리를 비우려면, 몸이 힘들어야 한다. 운동은 싫으니까 어지러운 머리에 대입할 수 있는 냉장고를 활짝 열어젖혔다.
말라 비틀어진 파나 깻잎 같은 잎채소는 손으로 비틀어서 버리고, 가지는 손으로 두 동강 냈다. 구석에 박혀 있는 잼통도 꺼낸 후에 펄펄 끓는 물에 모두 씻어냈다. 텅 빈 냉장고 안에 떨어진 부스러기와 잔해들은 알콜스왑으로 자비없이. 한 장, 두 장, 세 장, 네 장. 이럴 땐 알콜스왑도 물티슈 크기로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리하는 데 정신이 팔리면, 머리는 생각하기를 멈춘다. 당장 내 손에 묻은 상한 음식을 치우는 데도 바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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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지금 어떤 혼란을 겪고 있다면, 머리가 복잡한데 비울 수조차 없다면, 행동으로 옮기는 걸 추천한다. 상한 음식에게 하는 화풀이도 꽤 통쾌하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집 안에 있는 냉장고면 충분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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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야기 🛸
'정리'에 대한 매린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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