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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은 사람의 내면을 반영한다는 말이 마음에 안 든다. 내 방의 첫인상이라고 하면 ‘딱히 지저분하지는 않지만 뭔가 어수선한 느낌’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한때 미니멀리스트를 꿈으로 삼아 물건들을 대거 정리한 적도 있었는데 그럼에도 잡다한 게 꽉꽉 들어찬 느낌은 지워지지 않는다. 친구들 집에 놀러 가면 항상 놀라는 지점이 있다. 어떻게 이 커다란 선반에 인형을 한 개만 놨지? 그 인형은 넓은 평수의 방을 가져서인지 마음이 넉넉해 보인다. 내 인형들은 만원 지하철 같은 선반 위에서 다닥다닥 붙어 살아가는데.......

  나는 정리를 싫어하는 편이 아니다. 이리저리 늘어진 물건들 속에서 아늑함을 느끼는 편도 아니다. 방이 어수선해보이는 이유는 딱 하나, 잡동사니의 양이 많아서이다.

  정리라는 건 물건을 모두 제자리에 놔주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잡동사니란 제자리가 미처 부여되지 않은 것, 혹은 자리를 줄 만큼 중요하지는 않은 것이다. 배달음식 시키면서 받은 일회용품들, 친구가 준 캐릭터 떡메모지 5장 정도, 초밥집에서 받은 귀여운 물고기 모양 간장통, 눈에 띄게 예뻐서 계곡에서 주워온 돌멩이... 이런 것들에게 어떻게 일일이 자리를 준단 말인가. 잡동사니 전용 박스나 거치대를 만들어줘봤자 새로운 잡동사니가 생겨나는 셈이다. 어쩔 수 없이 이것들은 필기구 꽂이와 벽 사이에, 선반 제일 위 빈 공간에, 책상 한쪽 구석에 놔두게 된다. 임시 자리를 주는 것이다. 임시 자리는 언제든 바뀔 수도 있고 공간이 부족하면 대충 한곳으로 합쳐지기도 한다.

  잡동사니를 버리면 되지 않냐고? 그건 모든 잡동사니에게 고정 자리를 주라는 것보다도 어려운 말이다. 잘 보면 버리면 안 될 이유를 하나씩은 달고 있다. 나름 대청소 시즌마다 신중하게 고민한 끝에 버려선 안 된다고 판단해 남긴 것들이다. 버려질 만한 것이었다면 쓰레기라고 불렀을 것이다. 잡동사니가 잡동사니인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미처 정리되지 못한 것들이 아니라 정리가 불가능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가 가지고 있는 잡동사니가 모두 생산적인 쪽으로 의미 있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떤 잡동사니는 누군가에겐 정말 쓰레기에 불과할지 몰라도 내게는 기쁨을 주거나 재미를 주거나 때로는 추억을 준다. 누군가는 시간이나 낭비하게 하는 쓸데없는 잡생각을 의미 없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내게는 어떤 식으로든 의미가 있다. 적어도 잡생각이 많은 사람은 지루할 틈이 없다! 이것도 잡생각을 버리지 않는 이유라면 이유다.

  다만 꼭 필요한 생각의 자리를 잡생각이 뺏지 않도록 자주 살펴줄 필요는 있다. 많이들 생각 정리에 유용하다고 말하는 음악 듣기, 산책하기, 목욕하기. 이런 방법들은 잡생각을 치워주지는 않지만 대신 잡생각을 한곳에 모아 수납해두거나, 임시 거처를 만들어주거나, 혹은 더 많은 생각을 수용할 수 있도록 정신적 여유를 넓혀줄 수는 있다.

  다행히 생각의 방은 내 방처럼 정해진 평수가 있는 건 아닌 모양이다. 가끔은 선반 위 인형들처럼 불편한 포화 상태일 때도 있지만 가끔은 서로 불쾌하지 않은 거리를 유지하며 자유롭게 자신의 자리를 만끽할 때도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