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6일. 안착한여성들의 첫 만남이었다. 얼굴을 보기에 앞서 글로 먼저 만난 사이는 처음이라 떨렸다. 우리는 서울 동서남북 흩어져 살고 있었기에 한가운데에서 만나기로 했다. 아는 카페도 없어서 한두 시간은 걸려 카페를 골랐다. 최종 선택된 장소는 을지로의 ’루이스의 사물들‘이라는 카페였다. 나는 나름 오티 준비를 하겠다고 일찍 도착해서 카페를 구경했다.
'루이스의 사물들'은 전형적인 을지로 카페답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골목에 박혀 있었고, 간판이 작아 찾기 어려웠다. 조금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자 가구 하나하나, 소품 하나하나 신경 쓴 듯한 공간이 나왔다. 선반에 놓여있는 컵 중 하나를 골라 가져가면 그 컵에 음료를 담아주었다. 그런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커피 맛도 좋았고 기분도 좋았고, 다른 안착한여성들도 나처럼 이곳에 와서 기분이 좋았으면 했다.
안착한 여성들이 하나둘 도착했다. 어떤 사람은 글의 분위기가 그대로 닮아있기도 했고, 어떤 사람은 글의 분위기와 완전히 다르게 느껴지기도 했다. 다들 글에 대해서는 많게든 적게든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오티는 내가 준비한 것들을 보여주고 통지하는 것이 아닌 ’우리 이제부터 어떻게 할까요?‘를 묻는 자리에 더 가까웠는데, 고맙게도 모두 그렇게 허술한 안착한여성들을 기꺼이 함께 이끌고 싶어 했다.
그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왜 지원하게 되었는지, 어떤 모임을 기대하는지, 어떤 경험을 해왔는지.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자랑스럽게 혹은 수줍게 이야기하는 그 반짝임이 너무 반가웠고 설렜다. 속으로 난 참 운이 좋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안착한여성들의 메일링 방식, 디자인, 합평 분위기 어느 하나 내가 혼자 주도해서 만들어낸 것이 없다. 전부 안착한 여성들이 함께 만든 것이다. 끈기 없는 내가 글을 계속 쓸 수 있었던 건 내가 글을 너무 사랑해서가 아니라 이 사람들과 계속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커져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