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들떠서 신나 하는 A의 룸메이트를 보니 알겠습니다. 행복해하는 친구의 모습에 A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 보입니다. 처음 가보는 동네로 친구가 안내합니다. 친구가 데려와 준 카페가 A의 마음에 쏙 들었나 봅니다. 미소가 떠나가질 않네요. 어떤 자리는 1인 영화관만 같았고 또 다른 자리는 둘만을 위한 스터디 카페 같습니다. 딸기잼과 버터가 올려진 스콘은 겉이 따뜻하고 바삭하지만 속은 부드럽고 촉촉합니다. 고소하고 달콤한 풍미가 카페를 가득 채웁니다. A는 순간의 행복을 느낍니다. 공부하다 룸메이트와 수다도 떨고 사진도 찍습니다. 다시 집중하다 늦은 밤이 되어 기숙사로 함께 돌아갑니다.
가는 길에 다코야키를 삽니다. 기숙사에서 먹기로 약속했지만, 어느새 골목길에 멈춰 서서 나누어 먹고 있습니다. 이거론 부족한지, 하와이안 피자도 한 조각 주문합니다. 15분 뒤에 오기로 피자집 사장님과 약속합니다. 유명하다는 순대를 먹어보고 싶다는 친구의 말에, 옆 대학교까지 찾아 나섭니다. 15분은 무슨 30분이 걸렸지만, 더 걸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둘은 행복해 보입니다. 분홍 바지를 입고 발을 맞추며 어두컴컴한 골목길을 함께 걷는데 웃음이 멈추질 않네요.
흔들린 사진에도 뭐가 그리 재밌는지, 식어버린 다코야키가 뭐가 그리 맛있는지, 결국 순대 트럭을 찾아낸 것이 뭐가 그리 행복한지. 이렇게 사소한 것에도 행복해하는 사람인데, A는 속으로 조금 적적해합니다.
A는 룸메이트를 바라봅니다. 이 친구는 A 기준, 완벽한 대학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선배, 동기들이 좋아해 주고, 좋아하는 사람과 최근에 연애하게 되고, 일도 잘 해내고 공부도 잘하고 옷도 잘 입고 성격도 좋습니다. 언젠가 A가 제게 속마음을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가끔은 그 친구가 너무 행복해 보여서 부러운 나머지, 조금 불편한 감정이 들 때도 있다고요. 그 감정은 아무래도 친구에 비해 초라한 자신을 향한 ‘미움’인 것 같답니다.
하지만 A는 배울 점이 너무 많은 이 친구가 A의 친구이자, A를 좋아해 주는 친구이자, A의 룸메이트라는 것에 행복합니다. 그래서 자기 친구에게 조금이라도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는 본인의 모습이 또 싫습니다. 곁에 있으면 초라해지고 추한 감정이 드는 스스로에게 슬퍼하다가도, 하염없이 그 빛을 동경하고 부러워하게 됩니다. 자신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친구라 또 고맙기도 합니다. 듣기만 해도 혼란스럽지 않나요? 진짜 A의 마음은 뭘까요? 이 모든 감정일까요? 종일 이런저런 생각과 감정으로 가득 찬 A입니다.
마지막 새벽 공부를 하고, 그다음 날 1교시 수업을 생각하며 새벽 세 시, A는 잠이 듭니다. 짧은 하루에 오만 감정과 생각이 지나갑니다. 오늘만이 아니라 이 친구의 일상이 그렇습니다. 그런 제 반려를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덩달아 저도 혼란스럽습니다.
이 생각 깊고 고민 많은 반려자 A는, 연인, 가족, 동물, 물건에 비해 더 오래 저와 함께한, 그리고 함께할 존재입니다. 세상에 처음 떨어졌을 때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함께 인생을 헤쳐 나가야 하는 동무죠. 그런 존재가 있을 수 있냐고요? 물론이죠. 여러분에게도 있습니다. 눈을 크게 뜨시고 주위를 둘러보세요.
제 반려자 A를 소개합니다. 저의 소중한 반려자 A는 바로, 매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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