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소하고 확실한 인생 꿀팁 🍯 (1편)

몰라도 사는 데 지장은 없지만, 알아두면 써먹을 곳이 있을걸요🤓

2022. 9. 19.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아홉 번째 이야기가 도착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안착한여성들입니다.

이번에 들려드릴 이야기의 주제는 💓인생 꿀팁💓 입니다.

혹시 자신만의 인생 꿀팁이 있나요?

가끔 꿀팁은 하루를 사는 우리에게 쉽게 사는 짜릿한 요령을 피우게도 하고

쓸데없지만 묘한 희열감을 주기도 합니다.

일상에서 숨통트이게 하는 당신만의 꿀팁을 떠올리며

이번 주, 안착한여성들 저마다의

달콤한 요령들을 엿봐주세요.

p.s. 부디 안착한여성들의 꿀팁이 당신의 달달한 삶에 도움이 되기를☺️

꿀벌 안수 씨의 일일(一日)

🐝🍯🧘

유 안 수 는

새로 시작한 요가 새벽반에 가기 위해 한 주에 세 번 오전 5시 경 일어나야 합니다. 오늘은 요가 가는 날. 알람과 함께, 안수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아직 새벽 기상이 익숙하지 않은 안수는 일찍이 눈 뜨는 게 여전히 힘듭니다. 새벽형 인간의 전형으로서, 26년째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는 안수의 어머니가 가장 먼저 안수의 알람을 듣습니다. 과연 딸이 제때 일어나 요가를 갈지 궁금합니다.

그때 안수의 방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옵니다. 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 한 바퀴-. 안수가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생’목소리입니다. 그는 힘겹게 노래를 이어가다가 마침내 거실로 비척비척 걸어 나옵니다. 안수의 어머니가 묻습니다.

“요가 가니?”

네에…. 안수는 늘어지게 하품하며 대답하더니, 대뜸 거실에 누웠습니다. 아아, 겨우내 일어난 게 말짱 도루묵인 걸까요. 안수는 또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바둑이도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안수는 왜 새벽부터 노래를 부르는 걸까요. 사실 안수는 자신만의 ‘기상 꿀팁’을 실천하는 중입니다. 예전에는 알람음악을 듣기만 하던 안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우연히 그 음악을 따라 불러보았고 기상이 한결 쉬워지는 걸 느꼈죠. 처음에는 알람음악인 가수 ‘크러쉬’의 곡 ‘Wake up’을 따라 부르다가 높은 음역대에 곧 포기하고, 요즘엔 뇌리에 떠오르는 아무 동요나 부릅니다. 우렁차게요.

시작부터 ‘꿀팁’과 함께 하는 안수의 일일(一日). 안수의 삶에는 꿀단지가 있습니다. 마치 꿀벌이 꿀을 모으듯, 그는 삶의 효율성을 높이는 ‘꿀’팁들을 발견하고 모으는 데 열중입니다. 피곤할 때 혈당을 확 높여주는 짜릿한 꿀맛처럼, 힘겨운 삶의 순간이 지혜로 개운해지는 느낌을 사랑하기 때문이죠.

부지런한 새가 벌레를, 아니 부지런한 꿀벌이 꿀을 발견하는 법이지. 안수는 그제야 벌떡 일어납니다. 안수는 오늘도 꿀벌처럼 바지런히 꿀팁을 찾고, 모아둔 꿀팁을 활용하며 살아갈 예정입니다.

요 근래 안수가 주로 꿀팁을 얻는 곳은 새벽 요가반입니다. 학업 때문에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서 몸이 뻣뻣합니다. 이 육체를 그나마 소생시켜 주는 것이 바로 요가 동작들입니다. 안수는 오늘의 수련에서도 일상에서 유용할 동작들을 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안수는 세수도 하지 않고 떡진 머리로 집을 나섭니다. 이건 예전 요가 선생님께 얻은 팁입니다. 요가 수련 전에 꼼꼼한 세안과 샤워는 하지 않는 게 좋답니다. 그분은 ‘눈곱만 떼고 오기’를 늘 강조하셨죠. 요가 자체가 몸을 깨워주는 훌륭한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 전에 세안으로 몸을 깨우면 그 효과를 온전히 느끼지 못하게 되죠. 안수는 이 꿀팁을 처음 들은 날부터 잘 실천하고 있습니다. (절대 세수하기 싫은 건 아니라네요)

체육관에 도착해서는, 매트를 깔아놓고 다리를 쭉 펴고 앉습니다. 그리고 첫 동작. 한쪽 다리 위에 다른 쪽 다리를 접어 올려, 다리가 ‘4’자 모양이 되도록 합니다. 이때 접은 다리의 발바닥이 보입니다. 한 손으로 주먹을 쥐고, 다른 손은 발을 잡고 발바닥을 마구 두드립니다. 답답한 양말에 신발에, 나의 체중까지도 견디고 있는 두 발입니다. 틈날 때마다, 특히 자기 전에 하면 좋다는 선생님의 팁을, 진작 꿀단지에 담아놓았지요.

요가 수련 동안 머리에 새겨둔 동작들을 복기하며 귀가하면 오전 7시가 좀 넘습니다. 그때부터는 후딱 씻고 등교할 준비를 합니다. 초가을의 햇빛은 여름만큼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강렬합니다. 안수는 양산을 챙깁니다. 검정색 ‘수동’ 양산입니다. 우산대 가장 윗부분의 조그마한 버튼을 누르고 직접 우산을 펼치는 게 수동 방식입니다.

그는 1년 전쯤 자동 우산을 샀다가 어머니께 혼났습니다. 자동이 얼마나 고장이 잘 나는데, 수동으로 샀어야지! 버튼 하나만 누르면 5단의 조그마한 것이 순식간에 펼쳐지는 점에 혹해서 샀건만, 어머니는 곧 망가질 거라고 예언하셨고, 말마따나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고장이 나버렸습니다. 이번 양산은 결국 수동으로 샀고 잔고장 없이 오래 쓰고 있습니다.

안수는 이때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수동이 덜 고장 난다는 꿀팁보다 중요한 것은, 나보다 지혜로운 자에게 미리 조언을 구해보는 자세일지도 모른다고요. 아직 배울 게 많은 애송이 꿀벌입니다.

눈부신 가을 공기를 지나 침침하고 낡은 학교 강의실에 도착했습니다. 새벽 요가부터 지금까지 이미 에너지를 잔뜩 써버린 안수에게, 교수님들의 은은하고 조용한 목소리는 치명적인 자장가나 다름없습니다.

지독하게 달라붙는 졸음. 안수는 어떻게 벗어날까요? 이런 상황을 위한 꿀팁은 기상 꿀팁과 맥이 같습니다. 교수님의 자장가, 아니 말을 따라하는 겁니다. 마치 영어 드라마나 영화의 대사를 모조리 따라하는 ‘쉐도잉’ 공부 방법처럼 말입니다.

자꾸만 눈이 감겨오자 안수는 교수님의 말을 바로바로 입모양으로 따라하기 시작합니다. 아직은 마스크를 쓰기 때문에 실천 가능한 팁입니다. 입모양을 너무 크게 하면 마스크가 계속 들썩들썩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그걸 본 교수님이 ‘혹시 음식을 씹고 있는 건가, 아니면 나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안수는 티 나지 않게 하라고 당부합니다. 더불어 강의를 이해하는 데에도 퍽 도움이 된답니다.

잠의 늪에서 탈출의 사투를 벌이다보니 어느새 오늘의 강의들이 모두 끝났습니다. 성실한 꿀벌 대학생 안수는 학교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사실 아웃사이더라서 갈 만한 과방도 동(아리)방도 없습니다. 책은 사람과 달리 펼치기만 하면 대화를 할 수 있으니 제격입니다.

그런데 도서관에는 종종 안수가 읽고 싶은 책이 비치되어있지 않습니다. 외로워 죽겠는데 말이죠. 여기서 안수의 꿀팁이 있습니다. 차오르는 울분을 가라앉히고 침착하게 학교 도서관 홈페이지에 들어가 희망 도서를 바로 신청합니다. 의외로 예산이 퍽 많이 배정되어 있기 때문에 많이 신청할수록 이득입니다. 다 등록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론 언제 올지는 장담하기 어렵지만, 두고두고 대화하고 싶은 책이라면 꼭 신청하는 게 좋습니다. (동네 도서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금은 아무리 이상한 사람일지라도 요구하는 사람에게 쓰인다는 걸 잊지 말라고 하네요)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갑니다. 안수는 주린 배를 움켜쥐고 저녁 식사를 하러 갑니다. 식탁 위에서도 안수의 꿀팁…이라고 해야 할까요. 사실 따라하기 좀 어렵습니다. 다름 아니라, 익숙지 않은 손으로 식사를 하는 겁니다. 안수는 오른손잡이지만 최근에는 하루 한 끼 정도는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합니다.

처음에는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손아귀 힘이 부족해 식탁에 떨어뜨린 음식을 다시 집을 때까지 젓가락을 허우적대는 안수와, 그런 안수를 바라보는 가족들…. 이제는 끈질긴 몇 달간의 연습을 통해 꽤 잘하게 되었습니다.

왜 굳이 힘들게 그럴까,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안수에 따르면 몇 달 전 갑작스레 왼손 힘이 부족하다는 위기의식이 들었다고 합니다. 오른손잡이의 오른손에게 주어진 과중한 업무가 새삼스레 의식되었다나요…. 그에게는 이게 식사 꿀팁이자 인생 꿀팁이지만 안수가 좋아하는 것이 꼭 우리 모두의 입에 맞는 것은 아니지요.

이 팁은 ‘숙성꿀’ 같은 느낌입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묵혀두고 지켜본 끝에 안수 본인에게는 아주 좋은 꿀이 되었습니다. 안수는 가장 달달한 녀석 중 하나로 여깁니다.

무거운 가방과, 그보다 무거운 눈꺼풀과 함께 안수는 집에 돌아왔습니다. 새벽 5시경에 시작한 하루가 벌써 밤을 맞았습니다.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 않는 안수에게 드디어 쉼이 깃들어도 죄책감이 들지 않는 시간이 왔습니다. 취침 직전, 안수는 창문에 달린 암막 버티컬 블라인드를 내립니다. 안수가 주는 오늘의 마지막 꿀팁은 암막 블라인드를 끝까지 내리지 않는 겁니다.

이 꿀팁은 내일을 위한 것입니다. 암막이 만들어주는 인위적인 어둠 속에서 아침을 시작하면 머리가 지끈거리기 때문이죠. 안수는 빛이 들어올 틈새를 남겨놓아, 지구가 돌아 해를 서서히 마주하는 그 흐름을 몸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가장 마지막까지 내일의 원활한 활동을 위해 노력하며 안수의 하루는 끝납니다. 정말이지 꿀벌처럼 부지런합니다. 거의 강박적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이 바지런한 삶의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안수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꿀단지가 풍성해질수록, 하루의 맛이 점점 달콤해지는 것 같아요. 가끔 쓰디쓴 일이 있어도 나를 즐겁게 할 꿀단지가 있으니 꽤 이겨낼 만하다고 생각하죠. 나를 살게 하는 방법이 많아지니까 점점 살아가는 게 재밌다고요.

지금까지 지면에서 꿀벌 안수 씨의 하루를 지켜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살짝 엿본 그의 꿀단지는 어떤 느낌이었나요? 안수가 느끼는 것처럼 달달하고 유용하게 느낀 분도 있을 겁니다. 혹은 그닥 취향이 아니라서 구미가 당기지 않는 분도 있겠죠.

그러나 이것은 안수의 꿀단지, 벌집이자 안수의 삶입니다. 다른 이의 꿀단지는 참고일 뿐이죠. 스스로 자신의 단지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할 겁니다. 자신의 꿀단지가 자신을 살아가게 한다면, 그것으로도 이미 충분합니다.

이렇게, 오늘도 모든 생명체들은 저마다의 삶을 꾸려나갑니다. 그것이 바로 생태계-.

워커홀릭 꿀벌 안수 씨는 내일도, 틈새의 햇빛과 노래로 하루를 시작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