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감싸 안기

  일기에 쓰는 내용은 자기 계발서 및 유튜브의 영상을 참고해 나름대로 변형하였는데, 먼저 날짜를 적고 그 밑에 확언을 적는다. 확언은 보통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다’와 같이 형용사를 통해 완성한다. 또는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나는 무엇인가를 이룬다’와 같은 것도 좋다. 말에는 힘이 있다. 마음속으로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거부감이 들어도 우선 적어보는 것이다.

  확언을 적은 후에는 어제에 대해 자유로운 방식과 분량으로 일기를 쓴다. 당일 밤이 아니라 하룻밤이 지나고 난 후 적는 이유는, 자는 사이 감정이 진정되어 보다 객관적으로 어제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후엔 어제 하루에서 감사했던 것 세 가지를 찾아 적어본다. 감사함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사람으로 변한다고 한다. 이때 그 세 가지는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산책할 때 날씨가 좋았다거나, 사 먹은 핫도그가 맛있었다 정도도 충분히 괜찮다.

  마지막으로 오늘 할 일을 간단하게 작성해 보면 끝이다. 일기를 쓰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지만, 그 효과는 크다. 지난밤의 이불을 차곡차곡 개어 정리하는 마음으로 아침 일기를 써보는 게 어떨까?

2. 감정 전환하기

  불안한 감정은 끝도 없는 상상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서 파생될 때가 많다. 실제로는 과도한 걱정에 불과하거나 터무니없는 상상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그 생각의 고리를 끊는 건 쉽지 않다. 그럴 땐 그 감정을 순간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감정의 전환엔 몸을 움직이는 것이 좋다. 생각이 너무 많다, 불안하다, 라고 생각이 드는 순간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본다. 빨래를 개거나 가방을 정리해보거나 신나는 노래를 들으며 리듬을 타보는 등의 단순한 움직임이면 충분하다. 차를 마시거나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해 보는 것도 좋다. 증폭하는 불안에 달라붙는 온갖 부정적인 생각을 환기하는 것에 목적이 있는 행동들이다.

  이때 무엇보다 가장 효과적인 건 운동이었다. 운동은 그 종류가 많다. 가볍게 걷거나 요가를 할 수도 있다. 운동 신경이 조금도 없는 나에겐 러닝이 제격이었다. 다른 운동에 비해 시작하기도 어렵지 않다. 심장이 터질 때까지 뛰다 보면 어느 순간부턴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경지에 이른다. 달리기가 끝난 후 땀을 닦으며 숨을 몰아쉴 때면 많은 것이 말끔해진다. 냅다 나가 뛰어보는 것을 추천하지만, ‘런데이’와 같은 앱을 활용해 차근차근 달리기의 매력을 알아가는 것도 괜찮다.

  감정을 환기한다는 측면에서 명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잔잔함 음악을 들으며 명상을 하거나, 명상이 처음이라면 유튜브의 여러 가이드 명상 콘텐츠를 활용해볼 수 있다. 명상하며 아직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또한 내가 불안감을 느끼고 과도한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 그 후엔 그걸 버리는 상상을 반복한다. 상황에 압도된다고 느끼는 건 건 그 상황에 자의적 판단을 덧입히거나 과장하여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3. 좋은 에너지와 가까이하기

  다소 신빙성이 떨어지는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나는 사람마다 지닌 특정 에너지가 있다고 느낀다. 더불어 살아야만 하는 이 세상에선 완벽히 고립되어 사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사람들과 함께 지내야만 하고 지내는 상황은 행복할 때도 있지만, 지칠 때도 잦다.

  이때 모두와 가까이 지내며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때론 가까이할수록 오히려 독이 되는 관계가 있다. 자신을 묘하게 깎아내리거나 부정적인 이야기만 하는 경우가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한들, 해롭다고 느끼면 그 인연과 서서히 멀어지는 것이 좋을 수 있다. 그런 부정적인 인간관계에서 벗어나 나를 좋게 봐주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자주 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해본다.

  여러 현실적 상황 때문에 주변 인간관계를 정리하기 힘든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엔 유튜브나 책을 활용할 수 있다. 닮고 싶은 에너지의 유튜버들을 구독하거나 좋아하는 사람의 책을 읽어보는 것이다. 그들의 에너지가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은 방법들은 불안 자체를 완화하려는 노력이다. 그러나 불안이라는 감정은 완벽히 삭제할 수 없다. 불안을 느끼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지금 하는 이 일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모르기 때문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세상의 많은 일은 그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에 불안은 없애기 힘든 감정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차라리 그 존재 자체를 인정해버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완화하려는 노력은 하지만, 그 존재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는 인정의 태도를 지니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유명한 졸업 연설에서 다트 효과에 대해 말한다. 삶을 살아가며 찍었던 점들이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연결된다는 의미이다. 삶에서 경험해 보았던 일이 나중에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삶에 도움이 될 때가 있다는 말로, 나는 어떤 경험이든 헛된 것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비슷한 예로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연극 <킬롤로지>의 굿바이 영상에서 배우 장률이 이야기한 ‘당신에게 헛된 건 없어요.’라는 말이다. 두 예시 모두 지금으로선 아무리 쓸모없는 일처럼 보일지라도 지나고 보면 헛된 것은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결과는 확신할 수 없지만, 내가 하는 지금 이 일 자체에 집중해보는 것일 테다. 내 옆에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속삭이는 불안을 누르다가도 감싸 안으며. 불안을 인정하며 한 발자국 내딛는 용기, 어쩌면 이것이 불안을 다스리는 가장 큰 꿀팁일지도 모른다.